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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구 대법관 퇴임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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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구 대법관 퇴임사 전문 - 리걸타임즈
존경하는 대법원장님, 동료 대법관님, 그리고 법원 가족 여러분!저는 오늘로 대법관으로서 막중한 소임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도 있지만, 법원이 처한 어려움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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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이 있어서 읽어봄.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법원 입장 제대로 전달 못했거나 실패"
존경하는 대법원장님, 동료 대법관님, 그리고 법원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로 대법관으로서 막중한 소임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도 있지만, 법원이 처한 어려움을 생각하면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지혜와 헌신으로 이 어려움도 잘 풀어 나갈 것으로 믿습니다.
대법관은 영예로운 자리이기는 하지만, 실질은 늘 고뇌하고 헌신하는 자리입니다. 6년 임기 내내 정치적 사건을 포함하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많은 사람의 관심이 집중된 법적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었습니다.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멈출 수도 회피할 수도 없었습니다. 어렵게 답을 찾더라도 신랄한 평가와 비판이 이어집니다. 진의를 의심하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늘 긴장하고 준비하며 새로워야 했고 깨어 있어야 했습니다. 매일 재판하고 있지만 동시에 매일 재판받는 것이 대법관의 직업적 숙명입니다.
임기 동안 국민의 기본적 인권보장이 가장 중요한 헌법적 가치임을 명심하면서 사건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이려 하였습니다.
특히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가 존중되고 실질적으로 보장되기를 희망하였습니다. 일하다가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람과 그 가족이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법률해석을 모색했습니다.
국가권력의 행사가 적법하고 공정할 수 있도록 사법심사의 범위를 넓히려고 하였습니다.
나아가 국가권력이 자행한 폭력이나 위법한 권한행사에 대해서는 법원이 단호하게 대처하기를 바랐습니다. 외국인을 상대로 한 국가폭력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정당한 권리가 외면되지 않도록 애써 노력하였습니다. 다수가 주도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소수자의 인권과 시민적 권리를 지키는 것이 법원의 존재 이유임을 잊지 않으려 하였습니다. 시혜적이거나 재량이 아니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마땅히 누려야 할 헌법적 권리를 확인하고 지켜주는 것은 헌법이 법관에게 부여한 책무이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사법부 구성원 여러분!
우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원에 대한 불신은 점점 심각해지고, 비판과 변화 요구는 매섭습니다. 법원의 힘과 권위는 주권자인 국민의 신뢰로부터 나오기에 이 상황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불신을 신뢰로 바꾸기 위해서는 이 상황을 못마땅하게 여기기보다는 그 원인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해소해 나가려는 미래지향적인 자세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른바 사법 3법은 오랫동안 유지되던 재판 제도나 대법원의 위상과 구조를 크게 바꾸게 될 것입니다. 법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입법과정이 충격적이고 안타깝지만, 주권자로부터 사법권을 위임받은 법원으로서는 앞으로 어떤 국민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도 전반을 점검하고 변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할 책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입법의 배경에는 재판에 대한 국민들의 오래된 불만, 불신이 깔려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대체로 불공정하거나 충실하지 못한 재판, 당사자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전문적이지 못한 재판,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재판 등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법부의 변화 방향은 아직 남아 있는 권위적인 모습을 내려놓고 더욱 전문적이고 투명하며 설득력 있는 재판을 하는 것, 그리고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더욱 존중하는 쪽일 것입니다.
사법 3법 중 재판소원이나 법왜곡죄는 법원이나 법관의 업무수행에 상당한 제한으로 작용하겠지만,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의 지위나 역할에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 외부적 환경은 법관이 흔들림 없이 자신의 재판을 함으로써 헤쳐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의 구조와 기능, 전체 법원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므로 지혜를 모아 새로운 미래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변화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법원을 꿈꾸고 만들 것인지 고민을 시작하고 집단지성의 힘으로 해답을 찾아가야 합니다.
6년 동안 경험한 대법원의 가장 큰 문제는 대법관과 구성원들이 몰려드는 사건의 홍수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시스템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법원 전체의 두뇌로서의 역할, 즉 이 시대에 꼭 해결되어야 할 법적 문제를 적시에 찾아내어 그 기준을 신속하게 제시하고 장단기 과제를 적절히 설정하고 해결하는 등 정책적 기능을 수행할 여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대법원이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너무 많은 역량이 투입되고 있는 사실심의 보완기능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합니다. 대신 고등법원으로 하여금 그 역할을 최종적으로 감당하게 하고 전문성과 투명성이 더욱 강화된 항소심 구조를 만들도록 해야 합니다. 대법원과 사실심 법원의 올바른 자리매김이야말로 대법원이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12·3 비상계엄 후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대법원이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국민들께 법원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거나 실패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가장 필요한 시점에 가장 적절하게 소통하면서 사법부가 어떤 판단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잘 설명하고 전달하여야 합니다. 그것은 재판작용을 통해서도 할 수 있고, 사법행정작용을 통해서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법원이 말해야 할 때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 점점 말할 기회조차 잃게 된다는 냉정한 진실을 깨닫게 됩니다.
정치적 사건이 법원으로 몰려들수록 정치의 문법에서 벗어나 법원의 언어와 문법으로 일관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치의 문법은 대체로 진보와 보수 등 진영의 구분과 대결, 진영의 이해관계에 따른 사실의 재해석과 단순화 등을 특징으로 합니다. 독립된 법원의 언어와 문법은 이와 다를 것입니다. 공정한 룰, 공존과 상호 존중, 사실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탐구, 일관된 법리와 충실한 논증, 숙고와 숙의 등을 특징으로 합니다. 정치적 사건이 쏟아지면서 그 여파로 법원이 흔들릴수록, 법원의 문법과 지향점은 무엇인지, 우리가 이에 충실하였는지, 이를 제대로 전달하였는지, 끊임없이 성찰하고 묻고 답하여야 합니다. 이것이 충분하지 못하면 법원이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법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인권과 시민의 권리를 지키는 안전판이자 최후의 버팀목입니다. 피해자인 국민들이 마지막으로 의지할 곳입니다. 다양한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고 정치적 분열과 대립이 격해질수록 법원이 나아갈 방향을 잃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든든히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것이 헌법이 법원에 요구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역할입니다. 법원에서 저의 역할은 여기까지이지만 남아있는 사법부 구성원들이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으로 굳게 믿습니다.
존경하는 법원 가족 여러분!
이제 퇴임 인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 어느 건물에는 페르시아의 시인 사디(Saadi)의 '아담의 후예(Bani Adam)'라는 시가 걸려 있다고 합니다. "모든 아담의 후예는 한 몸을 형성하며 동일한 존재이다. 시간이 고통으로 그 몸의 일부를 괴롭게 할 때 다른 부분도 고통스러워한다. 그대가 다른 이들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인간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 10여 년 전에 이 시를 처음 접할 때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재판을 하는 법관인 저에게는 다른 이들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법관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는 말로 바뀌어서 마음에 남았습니다.
우리가 법정에서 만나는 사건은 어느 것이나 사람들의 깊은 상처와 고통이 숨어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상대로 하는 재판은 무엇이 진실이고 정의인지 찾는 과정이지만, 어쩌면 서로의 아픔이나 고통을 함께 나누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다른 이들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법관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는 말은 사람의 재판을 담당하는 우리가 마음 깊은 곳에 새겨야 할 말인 것 같습니다.
저는 위 시구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채 법관의 소임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아직 기회가 남은 여러분은 그 뜻을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동안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제 편이 되어준 가족에게도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모두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6. 9. 7.
대법관 이 흥 구
출처 : 리걸타임즈(http://www.legaltimes.co.kr)
보고 나서, 정준희의 논을 보고서 연결됨.
https://www.youtube.com/watch?v=YGEQIE2yg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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